"이게 없어요?" 회장 한마디에 20억 투자…골판지 회사 '반전' [최형창의 中企 인사이드]

입력 2024-03-11 10:16   수정 2024-03-11 14:24


지난 8일 시흥시 정왕동 시화산업단지에 자리한 태림페이퍼 연구개발(R&D)센터. 겉보기에는 박스를 만드는 일반 공장과 다를 바 없는 이곳에선 매일 골판지와 박스 포장 실험이 진행중이다. ‘태림페이퍼 기술연구소’라고 적힌 40여평의 실험실에 들어서니 꽃샘 추위도 잠시 잊었다. 종이는 온·습도에 따라 물성이 달라져서 정밀한 실험을 위해서는 23도, 습도 50%를 늘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. 실험실에는 골판지의 성질을 분석하는 장비부터 상자의 압축강도를 측정하는 기계에 이르기까지 40여종의 각종 기기가 놓여 있었다. 이곳은 국내 골판지 및 박스 포장 생산량 1위 태림페이퍼 연구원 11명이 더 가벼우면서도 튼튼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현장이다.
20억원 투자해 시설 정비 및 기기 설치
태림의 연구개발(R&D)센터가 눈길을 끄는 건 국내 골판지 업계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. 국내 굴지의 제지회사들은 자체 R&D 조직을 갖고 있지만, 골판지 업계에서는 그동안 보기 드물었다. 내수 위주 시장이고, 대형 4~5개사가 파이를 나눠 갖는 구조이기 때문이다. 그러던 찰나에 2020년 글로벌세아그룹이 인수한 태림에서 R&D센터를 야심차게 출범했다. 패션 사업을 통해 R&D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김웅기 회장이 약 20억원을 투자해 시설을 정비하고 기기를 들여놓았다.
작년 전주페이퍼 인수인수 "생산성 등 시너지 낼 것"
R&D센터는 조직 전체에 변화를 불러일으켰다. 주먹구구로 이어오던 체계를 표준화하고 원가절감 등 생산성을 향상시켰다. 이해성 태림페이퍼 기술연구소장은 “골판지 업계에서는 50년 넘은 번역서가 유일할 정도로 메뉴얼이 없었다”며 “공정 기술을 집대성한 ‘백서’를 지난해 완성했다”고 말했다. 이 소장은 “골판지 업계에서는 박스가 휘는 것과 접착불량이 고질적인 문제였다”며 “이를 R&D로 개선했고, 원재료를 절감으로 매년 20억원 이상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됐다”고 밝혔다.

스티로폼을 대체할 수 있는 보냉 종이상자 ‘테코 박스’는 R&D의 산물이다. 최근 태림포장이 냉장육 보관 시험을 한 결과 테코박스는 21시간 동안 10℃ 이하를 기록해 안정적인 냉장 시간을 유지했다. 스티로폼 상자가 같은 조건에서 기록한 21시간 20분 냉장시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. 경제성도 탁월하다. 스티로폼 상자를 5만개씩 5t급 화물차로 운송할 경우 스티로폼 상자는 화물차 38대가 필요한 반면 테코박스는 26대면 가능하다. 그 덕분에 택배·포장재업계 1위인 CJ대한통운과도 손을 잡는 등 사업 영역이 커지고 있다. CJ대한통운이 태림포장의 물류 운영을 담당하고, 태림포장은 CJ대한통운에 포장재 공급을 늘리기로 했다.

태림페이퍼는 지난해 국내 최대 신문용지 제조사인 전주페이퍼를 인수했다. R&D센터에서는 양사가 어떻게 하면 생산성을 키울 수 있을 지 고민하고 있다. 이 소장은 “골판지에 기둥 역할을 하는 골심지를 국내에서 가장 낮은 무게로 생산하는 회사가 전주페이퍼”라며 “어느 공장에서 얼마나 생산할 지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도록 연구 중이다”라고 말했다.

시흥=최형창 기자 calling@hankyung.com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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